본문 바로가기
취미/웰메이드 드라마의 대사들

[웰메이드 명장면] 나의 아저씨 ep.01

by 뇽_ 2023. 7. 17.
반응형

 

나의 아저씨를 몇번째 정주행 하는지. 처음에는 광일이에게 폭행당하는 지안이를 보는 것이 불편해서 1화를 보다 껐었다.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지옥이 있지 라는 말이 와닿을 무렵, 이 드라마가 다시 떠올랐다. 

이 드라마는 울고 웃는다기보단 눈물나고 미소짓게 만드는 드라마랄까. 인물들이 주고받는 위로를 대사와 장면에 잘 담아냈다. 평안함에 이르렀니 지안아. 라는 마지막화의 마지막 대사가 이따금 일상 중에 생각이 나게 하는. 그래서 매번 정주행을  다시 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N번째 보니 그냥 봤던 대사들도 명대사로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역시 명대사는 명대사구나 싶기도 하다. 

그럼. 리뷰 스타트. 

 

 

ep.01 에서의 기억에 많이 남았던 한 씬을 리뷰하려 한다

-----------------------------------------------------------------------------------------------

시작한 지 17분쯤 삼형제가 바에 셋이 나란히 앉아 맥주 한잔을 하고 있다.  

ep01. 17분쯤 부터 약 2분간

1.

(상훈)

그 되지도 않는 액션 영화 붙들고 있지 말고

너 공포 영화 하나 찍어 

아저씨들 공포영화. 

중년의 아저씨가 정리해고 당하고 사업하다가 퇴직금 다 말아먹고 이혼당해 돈없어, 거지야. 

(기훈)

형 얘기야? 

(상훈)

뒤는 달라 이씨, 

노모 장례식에 문상객이 하나도 없어. 썰렁해

밤에 자다가 기침을 했는데 허리가 삐어

3일 동안 누워서 꼼짝을 못 해. 근데 아무도 안 와 

(동훈)

물컵 들다가 삐어요 아저씨

(상훈)

그래 그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려고 물컵을 들다가 

삐어 눈동자도 못움직여 그자세 그대로 해가 지는거야. 붉은 석양이 물들고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2.

(기훈)

제목, 돈없는 우리

(상훈)

무섭지 않냐? 근데 중반 이후에 이 아저씨가 변해. 나쁜 놈이 되는거야. 그냥 씨 훅치고 올라가

그동안 날 무시했던 놈들 그냥 본때를 보여주는 거야. 전부 다 내 발 밑에 기게 만들고 돈도 왕창 벌고

그냥, 그냥 마음껏, 마음껏 날아올라! 훨훨! 그리고 장렬하게 죽는거야. 죽이지 않냐?

(기훈)

이 바닥에 정설이 있어. 자기 얘긴 자기만 재밌다

(상훈)

네가 재밌게 각색을 하면 되지, 씨

이거 된다. 요즘 아저씨가 화두야. 100% 돼,이거 

(동훈)

안돼 하나가 빠졌잖아

여자

 

3.

지안이 보여주는 화면으로 전환. 내가 좋아하는 지안의 표정연기

-----------------------------------------------------------------------------------------------

 

2분쯤 되는 시간 동안 많은 대사량이 한번에 나온다. 난 이 씬이 마치 작가가 자신의 드라마를 소개하는 씬 같았다

 

설명하기 쉽게  장면을 1, 2, 3 으로 나누어보았다. 

1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사업이 망하고 기침을 하다가, 물을 마시다가 허리를 삔다. 사람은 물을 안마시고, 기침을 안하고는 살 수가 없다. 자주 일어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아저씨들 공포영화 라는 말에서 작가는 노모의 장례식장이 썰렁하고, 아픈데 3일 동안 아무도 오지 않고, 그 외로움을 공포스럽다고 표현한 것이다. 사실 1에서 제일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드라마 제목인 나의 아저씨 중 "아저씨"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씬이랄까. 사람은 누구나 외롭지만서도, 외로워서 또르르 눈물흘리는게 참 안쓰럽고, 그 외로운 인생을 공포스러워하는 게 더 안쓰러운. 

 

그리고 2에서는 마치 드라마에서 그 안쓰러운 아저씨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훨훨 날을 것이다 

"박동훈은 날을 것이다. 훨훨 "

 

3에 지안이 등장. 박동훈 어떻게 날을 건데? 지안이에게 앞으로 어떤 위로를 받고 어떤 힘이 날 건데..?

 

처음에 볼땐 티키타카하는 유머러스한 형제들의 대화가 2분간 휙 지나가는 씬이었는데

이렇게 적고보니 2분은 이 많은 내용이 담기기에 짧은 시간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제목이 확 와닿게 하는 씬이다. 나의 아저씨.  

1화의 서막을 알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어떤 이야기들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논술의 정석같은 씬이었다. 

애정하게 되는 상훈 캐릭터. ㅎ